지하철 역 플랫폼. 막 전철에서 내려 신문을 하나 사는 영우. 스물 일곱.
돌아서다가 전철을 타는 여자를 발견하고는 자석에 끌리듯 다시 따라 탄다.

"희수야!"

역시 스물일곱된, 아름다운 오희수. 한영우와 몇년 만의 해후다.
그 사이 영우는 사진작가로 성공적인 데뷔를 하고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두 사람, 나란히 앉아 화르륵.. 필름 돌리듯 과거를 추억하기 시작한다.

34살이 된 이준희. 4년간 이태리 카라라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 스무살, 열병처럼 앓았던 첫사랑과의 추억이 곳곳에 서려있는 모교에 시간강사로 부임한다.
그를 15년 가까이 해바라기 해온, 대학 동아리 동기인 윤서경의 아버지가 미대 학장으로 있는 덕분에...
그런 그를 한결같이 기다려온 서경과 드디어 결혼을 약속한다. 아들이 없는 그녀의 아버지는 그를 아들처럼 이뻐하는데...

그리움에 젖어 학교 곳곳을 돌아보며 첫사랑의 상처를 반추하던 준희, 그녀와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작업실에서 첫사랑을 추억하고 있는데,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선 단발머리 여학생.
눈이 부시게 쏟아지는 햇빛 속에서, 그 여학생의 모습이 처음 동아리 문을 열고 들어서던 첫사랑, 은영 선배의 모습과 겹친다.
준희, 방을 잘못 찾은 듯 후다닥 달아나버린 여학생 뒤를 쫓아보지만 이미 온데간데 없다.

준희의 첫 강의가 있는 날. 하필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 가로수가 미친듯이 흔들린다.
이런 날이면, 잠시 다녀 올 데가 있다며 나가서는 그대로 사라져버린 첫사랑 은영 선배에 대한 기억과 애증과 궁금증 때문에 정신이 아득해 진다.
전기마저 나가 어둑한 작업실 교단에 서서 첫인사 대신으로 은영과 함께 부르던 노래를 나즉히 선창하는 준희.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눈동자를 말똥말똥 빛내며 자신을 넋놓고 보고있는,
자신의 말에 혼자 큰 소리로 대답하고는 얼굴이 빨개지는,
첫사랑과 어딘가 닮은, 그러나 분위기와 성격은 전혀 다른, 희수를 발견한다.

한편, 천성적으로 밝고 건강한 희수는 비에 젖은 머리칼, 맨발, 감미로운 노래, 밝고 따듯한 모습 어딘가 어두워 보이는 구석의 준희에게 첫눈에 필이 꽂히는데.........